2017년 08월 통권 제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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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통하는 법

박고은 | 2017년 08월

더워서 잠을 못 자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여름엔 방학도 있고 휴가도 있기에 설레기도 합니다. 여름 방학하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 선생님은 유독 저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키셨습니다. 방학식 날 ‘방학에는 누굴 심부름 시키나’하시며 장난을 치셨던 일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때는 심부름 가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친구들과 못 놀아서 싫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선생님의 관심이었음을 압니다. 이번 달에 소개할 동화를 보고도 그 선생님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이 제자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이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지요.

3학년 1반 담임을 맡은 털보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난 가정에서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가정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장소이고, 가족과의 관계가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을 끌어내기 때문이지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한솔입니다. 김한솔은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장난치고 말썽을 많이 피운다고 전화를 해서 부모님께 꾸중 들었다며 털보 선생님이 부모님 앞에서 자신을 흉볼까 걱정합니다. 솔직한 모습이 아이답지요. 털보 선생님은 그런 김한솔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알아주고 부모님께 한솔이의 장점을 알려 주고, 걱정하지 않도록 말해 줍니다. 두 번째는 장근호입니다. 털보 선생님은 근호가 청각 장애를 가진 동생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반장이 될 수 있음에도 부반장이 되는 등 학교생활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던 가정 방문이었지요. 세 번째로 이은혜는 똑똑하고 싹싹한 아이입니다. 가정 방문 대신 전화를 걸어 온 이은혜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서 부모님이 따로 지낸다는 사실 때문에 은혜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털보 선생님은 은혜의 속마음과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을 이해하게 됩니다.

가정 방문을 다녀온 털보 선생님은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말썽을 피우던 김한솔은 2학기 선거에서 부반장이 된 후 조금씩 됨됨이가 바뀝니다. 장근호는 도덕 시간에 장애에 관련한 발표를 하며 마음속 부담을 조금 덜어냅니다. 부모님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지만 이은혜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해 나갑니다.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사연을 갖고 있다.” 이야기 속에 세 학생도 학교에서는 아주 발랄하고 밝은 아이들이지만 각자 삶에는 하나같이 사연이 있습니다. 당연히 현실의 아이들도 모두 자기 삶 속에 사연이 있겠지요. 그리고 이야기 속 아이들처럼 스스로 자신 앞의 고난과 힘겨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갈 것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씨앗에 비유해 어른들이 물과 햇빛처럼 씨앗이 크는 데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생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이가 씨앗이라면 어른은 그 옆의 나무일뿐이라고요. 옆에서 보며 경험에서 나온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싹이 트고 자라나는 것은 온전히 씨앗의 힘이고 몫이라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털보 선생님은 그런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을 주지만 결코 아이들 삶에 개입하여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잘 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야기 속에 이런 털보 선생님의 대사가 나옵니다. “너희들 일하는 걸 보고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스스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어 일을 척척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봐라,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법보다 훨씬 좋은 방법을 찾아냈잖아.” 아이들을 믿고 사랑하는 털보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가정 방문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학생 때는 오히려 가정 방문은 촌지 수수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요. 요즘은 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바쁘기에 가정 방문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하기 힘든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가정 방문이 학교와 가정을 연결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어른들이 아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이해해 준다면 꼭 가정이나 학교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통할 수 있겠지요.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