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통권 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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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난민의 아픈 현실을 함께

장영란 | 2017년 12월

요즘은 외국 사람에 대한 벽이 높지 않은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우리말을 더 잘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고, 요리나 여행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서 외국인들이 친구 같아졌다고나 할까요? 우리 음식을 잘 먹고 우리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사람도 흔히 보여요. 우리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친근감이 확 오르는 것 같아요.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여건이 허락되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자주 나가니 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서 외국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난민 문제가 뉴스에 보도되는 것도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난민들이 지내는 상황을 보면 너무 비참해서 마음이 아파 옵니다. 해변에 엎드려 쓰러진 시리아 난민 꼬마 사진을 예전에 보고 가슴이 먹먹했었지요. 바로 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지구촌 이웃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책 한 권을 보게 되었어요. 『국경을 넘어야 하나요?』라는 책이었지요. 제목에서 난민 이야기라는 걸 딱 알 수 있었어요. 난민 꼬마가 생각이 나서 안 읽을까 하다가 펼쳐 보았지요. 이 책은 아프리카 국경을 넘었던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였어요. 책 내용이 감동 깊어서 아이들과 같이 읽었어요. 나라에 전쟁이 나자 부모님은 두 아이에게 국경을 넘어 삼촌 집에 가라고 해요. 주술사 할머니는 엄마 아빠가 사무치게 보고 싶을 때 꺼내라고 뼈와 돌을 주면서 아이들을 보내요. 남매는 그 뼈와 돌, 하트 모양 씨앗을 쥐고 용기를 내어요. 그리고 사자와 하이에나의 습격과 어둠 앞의 두려움을 이기고 삼촌 집에 도착하지요.

동물들을 피신시키느라 쌍둥이 물루와 차가이 먼저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로 도망갔다가 나중에 엄마 아빠를 만나서 우니까 엄마가 말했어요. “눈물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단다. 울면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어. 우는 사람은 자기 목숨조차 구할 수 없단다.”라고 말해 주어요. 그 대목을 아이들과 읽을 때 작은아이가 “엄마가 되게 냉정하다.”고 나지막이 말했지요. “울면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잘 알아듣겠는데. 난민이 될 수 있으니까 용기를 주려고 그런 말을 한 거 같아.” 하고 형이 조언을 해 주었어요. 형이라고 생각의 폭이 좀 넓구나 생각했어요.

주술사 할머니는 용기의 물약을 주었고, 짐승이 공격하면 던지라고 주머니 안의 뼈도 주고, 큰 위험에 빠졌을 때 꺼내라고 돌도 주었어요. 그런 것들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큰 효과가 있기를 바랐어요. 짐승의 공격과 적의 출현이 있을지도 모르는 멀고 험한 길을 열 살이 된 어린아이들만 가야 하는 거니까요. 어린아이들마저 난민이 되게 만드는 전쟁과 싸움이 참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표정이 자못 진지했어요.

난민 이야기가 담긴 다른 책도 찾아서 읽었어요. 『꼬마 난민, 아자다』였어요. 이 책은 그림책처럼 글보다 그림이 많았어요.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많았지요. 난민촌에서 지내던 아자다에게 나무를 해 오던 할머니가 말해요. “얘, 아자다. 너랑 친한 사진사 있잖아. 떠난다더라.” 하고요. 그래서 아자다는 단숨에 달려가요. 계단을 달리고 노는 아이들 곁을 지나 사원을 지나서 얀야라는 사진사 집에 가요. 아자다는 얀야에게 자기도 데려가라고 하는데, 얀야는 그러면 법을 어기는 거라고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 아자다는 자기도 가고 싶다고, 자기는 클 때까지 기다리기 싫다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싶다고, 미술관에도 가고 멋진 직업도 갖고 싶다고 자기 마음을 말해요.

이 책은 아자다의 마음을 담고 있었어요. 아자다의 꿈은 지금 아자다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죠. 그런 것이 난민의 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자다가 읽고 싶다고 쌓아 놓은 책들을 보고 “안녕 나의 장갑나무 이 책은 나도 읽었는데, 그 책이랑 이 책이랑 같은 작가가 그렸어요. 그림이 같아요.” 하고 우리 아이 둘이 말했어요. 내가 글 작가나 그림 작가 이름을 잘 보곤 하니까 아이들도 그런 것을 잘 알아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안 읽은 책도 있네, 근데 안데르센, 어린왕자, 아라비안 나이트, 그리스 신화 같은 거는 다 읽은 거야.” 하고 으쓱해 했지요.

결국 사진사는 떠나고 혼자 남은 아자다는 사진사가 남기고 간 배낭의 물건들과 빨랫줄에서 천 조각을 엮어서 열기구를 만들어요. 그리고 하늘을 날고 사진을 찍어요. 아이들은 “정말 이렇게 될 수는 없는데, 아마 아자다 꿈일 거야.” 하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도 가슴이 아팠어요. 아자다의 소망을 환상으로 그릴 수밖에 없어서 더 가슴 아픈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권 더 찾아 읽은 책은 『긴 여행』이에요. 바닷가에 살던 가족이 전쟁 때문에 슬퍼져요. 아빠를 잃고 엄마와 딸, 아들은 막막하게 서로를 껴안고 있다가 높은 산이 있는 먼 나라로 떠나기로 해요. 사람들 눈을 피해 밤에 짐을 싣고 차로 출발하지만 갈수록 가져온 짐은 점점 줄여야 했지요. 마침내 국경에 도착했는데, 벽이 가로막고 국경을 지키는 사람의 감시가 심했지요. 달리고 달리다 겨우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너게 되어요.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며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차를 타고 가요.

이 그림책은 그림이 아주 상징적이었어요. 전쟁이 몰려올 때는 파도를 검게 그리고 다음 장도 전체를 검게 그리고 아빠의 안경과 옷을 찢어 놓았어요. 그리고 “전쟁은 아빠를 앗아 갔어.” 라고 써 놓았지요. “글이 짧은데 무서워. 검정색도 무서워. 진짜 전쟁이 나면 이럴 거 같아.”라고 아이가 말했어요. 국경 감시자도 수염이 난 붉은 사람으로 크게 그려서 읽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어요. 국경을 넘는 바다에는 점 같은 걸 찍어서 새 모양을 만들어서 새가 나는 것처럼 세 가족도 자유로운 세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어요. 새를 타고 날아가는 세 가족의 모습이 난민들에게 주는 희망 같았어요.

이 세 책은 한 권은 아프리카 난민, 또 한 권은 중동 지역의 난민, 마지막 권은 유럽의 난민을 그리고 있었어요. 『국경을 넘어야 하나요?』에는 아프리카라는 배경이 글로 나타나 있었어요. 『꼬마 난민, 아자다』에는 난민촌에 마련된 간이 이슬람 사원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중동 지역인 걸 알 수 있었어요. 『긴 여행』에도 첫 장 그림에 높은 성이며 높은 산 그림이 있어서 유럽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걸 보면서 이 세계 여러 지역에 난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생각을 해 보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도 난민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우리도 난민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상을 입고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의 군인도 있었지요. 전쟁 위협 요인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저는 이 책들을 읽으며 난민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떨까 궁금했고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이들을 차근차근 살피게 되었어요. 책을 읽으면서만이 아니라 살며 계속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장영란 | 아이를 기르느라 도서관에 자주 가서 어린이 책과 친해진 엄마입니다. 도서관 관련 공부도 해 볼까, 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장래를 대비해 볼까 희망을 품고 궁리하며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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