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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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과학]
전기를 발견하다 2
――전자기학, 현대 과학과 기술 문명의 핵심이 되다

김연희 | 2018년 01월

사실 전지를 이용한 소규모의 전기로도 사회는 급격히 변했다. 하지만 인류는 새롭게 발견한 전기를 더 많이 활용할 방법을 생각했고, 그것이 가능하게 되길 꿈꿨다. 제한된 전기의 활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의 전기를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발전’이었다. 이 발전은 전기와 자기가 서로 바뀌는 현상에 의하는데, 이는 19세기의 생각, 즉 전기와 자기가 다른 것이라는 생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장, 즉 자석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지는 전류의 발견이 바탕이 되어야 했다.

전기와 자기, 서로 변환되는 현상임을 발견하다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물체에 전기가 충전되었을 때 한쪽 표면은 ‘음’ 전하가 다른 한쪽 표면은 ‘양’ 전하가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전기는 돌아다니고 전기를 많이 가진 물체가 전기를 적게 가진 물체에 접근하면 많은 쪽의 전기가 적은 쪽으로 흘러 같은 양의 전기를 가지게 된다고 보았다. 또 그는 전기가 철바늘에 자력을 입힐 수 있고 빼앗을 수도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철바늘이 전기로 인해 자석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이 철바늘을 인공자석이라고 불렀고 그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프랭클린과는 독립적으로 쿨롱(Charles Augustin de Coulomb, 1736~1806)은 전기력과 자기력, 전기 입자 및 자석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세기에 관해 실험했다. 그는 마침내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의 유명한 저서인 『광학』에서 언명한 떨어진 두 물질 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하는 또 다른 힘을 표현하는 공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전기력과 자기력이 모두 같은 형태의 수학적 공식으로 표현된다는 점은 이 두 현상 사이에 어떤 유사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전지의 발명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패러데이는 매우 독특한 이력의 과학자였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읽기, 쓰기, 셈하기 정도만 교육을 받고 병약한 아버지 대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려서부터 책 만드는 제본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독학으로 과학을 접하고 우여곡절 끝에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의 실험 조수가 되어 본격적인 과학 연구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처럼 정식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성실했던 패러데이는 1820년대 많은 과학자들을 괴롭히던 과제에 도전했다. 그것은 “전류가 주변의 자기력을 유도할 수 있다면 자석도 전류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다. 패러데이는 이 문제를 ‘전기와 자기를 직접 설명하지 말고 전기장, 자기장과 전기력선, 자기력선으로 설명하자’라는 생각과 ‘전기와 자기는 서로 짝을 이룬다’라는 아이디어로 해결하려 했다.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기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변하는 자기장에 의해 전류가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1831년에 발표된 패러데이의 실험을 좇아가 보자. 그는 먼저 전기가 통하는 나선 모양으로 감은 금속 줄 뭉치(흔히 도선 코일이라고 함)를 준비했다. 이 도선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도선 코일이 자석처럼 작용해 도선 코일의 한쪽 끝이 북극을, 다른 한쪽 끝이 남극을 가리키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현상을 관찰한 그는 쇠막대에 도선 코일을 감고 전류를 통과시키면 자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효과가 거꾸로도 일어나는지 실험했다. 즉 그는 자기를 띠는 쇠막대가 도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름 약 15센티, 두께 2센티의 쇠고리를 준비해 쇠고리의 반대쪽에 두 개의 도선 코일을 감은 것이다. 한 개의 도선 코일에는 전지를, 다른 하나에는 감도 특정기(검류계 : 전류가 있는지 알아내는 기기)를 연결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이 쇠고리가 자기력을 띠게 될 때 전류가 유도되는지 측정하려 했다. 이 실험에서 그는 도선 코일이 전지에 연결되자마자 검류계 바늘이 움직였다가 0이 되는 것을 보았고,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면 더 이상 전류가 유도되지 않음을 보았다. 전류에 변화가 있고 자기에도 변화가 생기는 동안만 전류가 유도된 것이다. 그는 또 막대자석이 도선 코일 안과 밖으로만 움직여도 도선에 전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패러데이는 이 실험을 정리해 발표했다. 그를 당대 최고 과학자의 지위에 오르게 한 이 전자기 유도는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 전기를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석탄, 석유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어 이 힘으로 생산되는 전기,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전기로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은 백열전구를 개량했고, 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많은 가구에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를 개발했다. 그가 만든 이 발전기는 1888년 조선에 수입되었고, 그의 백열전구와 함께 경복궁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전기 기술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전기 관련 기술과 기기들이 발명되게 했다. 더 나아가 대용량 발전기의 발명으로 전기로 회전시키는 전동기들 역시 속속 개발되었다.

이런 발전은 전자공학이라고 하는 과학이 뒷받침되는 새로운 기술 분야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전자공학은 대학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으며 현재도 첨단 문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기와 자기, 같은 현상임을 발견하다

하지만 패러데이 이후에도 전기와 자기는 상호변환이 가능한 두 가지 다른 현상이라고 여겨졌다. 전기와 자기가 같은 현상이기 위해서는 이 가정이 수학적으로 잘못이 없음을 밝히는 이론적 작업이 필요했다. 이 일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결과 그는 전자기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기초를 만들 수 있었다.

맥스웰은 1864년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했는데 이는 그가 5년 넘게 몰두한 전기와 자기 현상에 관한 이론들을 통합 정리한 것이었다. 인류는 드디어 전기와 자기가 같은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같은 현상이라는 이론을 가지게 된 셈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큰 업적이었지만, 이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한 가지의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전자기파의 존재였다. 맥스웰은 완전히 수학적인 방법만으로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측하고,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뉴턴 이래 ‘점’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진 전기, 자기, 심지어 빛까지 파동으로 흐르며 공간을 메우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었고, 이는 현대 물리학의 자연관이 되었다. 그의 업적을 기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물리학이 맥스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맥스웰 방정식과 그의 물리학에서의 업적은 현대 전자기학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자기파는 현대 기기 문명의 시작점으로 작용했고 우리는 단 한순간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등 우리가 향유하는 대부분의 기기가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전기의 발견과 이용은 나아가 과학 혁명 이래 과학자들과 철학자, 심지어 정치가들이 꿈꾸던 일이 실현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자기학, 혹은 전자공학 이전에는 기술과 과학을 연결하기에, 과학이 기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 이래 물리학자들은 당시 새롭게 발전해 가던 전기 기술을 뒷받침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고, 기술에서의 진보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질문들을 제공함으로써 명실공히 과학과 기술이 ‘과학기술’이라고 불리어도 낯설지 않은 세계를 만들었다. 마치 전자기학처럼 말이다.
김연희 |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과학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 역사 속에서의 자연 이해와 자연 이용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양 과학과 우리 전통 과학이 만났을 때의 이해 방식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 『강은 어떻게 흘러가나』 『고종 시대의 과학 이야기』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