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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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우리 함께 철학하자!

이지혜 | 2018년 01월

인문학 열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인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함께 들려오더군요.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온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닐까요?

인문학의 위기, 아마도 이 사회에서 인문학만을 내세워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인 듯합니다. 과학이 점점 발전하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오는 이때에 인문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어딘가에서 이럴 때일수록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그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을 담은 학문, 인문학을 알아야 우리 인간이 중심에 바로 설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겠지요. 이제 인문학은 위기의 흐름보다는 기회의 흐름에 선 듯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인문학을 알려 하고, 어디에서든 인문학은 필요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지요.

인문학을 두고 흔히 문사철이라고 합니다. ‘문학+역사+철학’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표현입니다. 그러고 보니 줄임말 만들기 좋아하는 인간의 성향이 인문학 표현에 이미 녹아 있었네요. 오늘은 인문학의 문사철 중, ‘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바로 철학!

아이들과 함께 독서를 할 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눕니다. 사회, 과학 그리고 문학과 역사 책들을 종종 읽지요. 그리고 제가 잊지 않고 꼭 선정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철학’입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그 안에 담긴 생각을 나누고 정리하는 것 그 자체로 철학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철학 분야의 책을 읽으며 온전히 철학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싶어 몇 해 전부터 꼭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초등학생들과 철학 책을 읽을 때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저서와 같은, 어렵고 심오한 책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습니다. 철학이라는 낯선 분야를 접할 때에 어려운 책을 권했다가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한 흥미를 뚝 떨어뜨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책 선정에 있어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요즘에는 저학년 아이들과도 함께 읽을 만한 좋은 철학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꽤 넓습니다.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이번 달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철학쌤! 안다는 것이 뭐예요?』를 함께 읽었습니다.

여러 가지 철학 책 중 이 책을 선택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은 10대로 진입하는 시기인데요. 연령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점점 더 커지는데, 그 방향이 아이들마다 다양한 양태로 펼쳐집니다.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느끼는 호기심의 폭이 커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굳이 알아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호기심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저마다 자신들의 생각이 뚜렷해지는 시기이다 보니 아이들은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기도 하지요. 저와 함께 책을 읽는 아이들 중에서도 요즘 이런 시기를 겪는 아이들이 있어서 다함께 ‘아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을 해 보면 좋겠다 싶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은 세 아이 시우, 나리, 노아가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각기 다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다루며 시작합니다. 그때 철학하는 말벌 필로가 등장하여 아이들에게 왜 그런 방법을 생각하였는지 질문을 하지요. 세 아이가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생각했다는 점을 짚으면서, 아이들마다 다양하게 ‘철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 사례를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에게도 질문해 보면 역시 다양한 생각들을 펼칩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철학하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얘들아, 만약에 너희가 산에 가서 길을 잃는다면 너희는 어떻게 할 거 같아?” “나리처럼 할 거예요. 그 자리에 서서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근데 부모님이 찾기 더 어려울 거 같은데… 전 그냥 우선 덜 위험한 데를 찾아서 몸을 숨기고 있을래요.” “돌아다니는 게 더 위험해. 산에서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지.” “어차피 길을 잃은 거니까 안전한 데를 찾아야지.” 아이들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책에 나온 시우, 나리, 노아의 방법 말고도 아이들마다 자신들만의 방법을 꺼내 놓으며 토론을 합니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제가 “얘들아, 바로 지금, 이게 너희들이 철학하고 있는 모습이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냥 우리끼리 얘기한 건데요? 이게 철학이에요?” 반문을 합니다.

사실 철학을 주제로 책 읽기를 한다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철학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어려움이 있는 듯합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이러한 과목명은 자주 접해 왔기 때문에 어떤 것인지 알고 있지만 철학이라는 두 글자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에 벽을 쌓고 싫어하는 경우가 많지요.

철학 책을 읽는다고 하면 “철학이 뭔데요?”라고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 꼭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바로 철학이 무엇인지 답을 주기 보다는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너희들이 스스로 알게 될 거야.”라고 말을 해 줍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이런 식으로 철학하는 모습에 대해 알려 주면서 철학이 갖고 있는 의미, ‘Philosophy’,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s)’를 설명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생각들이 모두 철학이라 말하며,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 책의 뒤에는 역사적인 사건, 동화, 신화 등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며 그 안에서 우리가 ‘앎’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만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중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만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함께 곱씹어 봅니다.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책에도 잘 설명되어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말의 의미를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는데요. 그중 한 아이가 “제가 알고 있는 것에 고집을 피우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맨날 책에서 읽었다고 하면서 우기거나 어디서 본 거라고 우긴 적이 많은데, 앞으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소크라테스의 한마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라니! 함께 책 읽는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소크라테스의 말에 제 모습도 비추게 됩니다.

이번에는 책에 나오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명언이나 어구를 살펴보면서 아이들이 그 의미를 추측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흥미로워 한 시간 중 하나입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부터 흄의 “생각보다 자유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생각은 좁은 한계 속에 갇혀 있다.” 공자의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혼돈스럽다.” 등을 살펴보았는데요. 이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동안, 아이들 모두 철학자가 된 듯했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내놓고, 다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또 그와 다른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저를 보고 씩 웃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는 잘 생각해야 한다며 입을 모은 것이지요. 그러고는 ‘아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글을 쓰며 마무리를 하는데, 그 안에도 보니 생각의 중요성에 대해 저마다 풀어놓았더군요. 이 과정을 쭉 지켜보는 동안, 사뭇 진지한 꼬마 철학자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 지어졌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오롯이 펼쳐내고, 서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참 기특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 여전히 잘 모르는 어른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제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신을 해도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지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할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독서에 대한 것들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독서 수업을 할 때면 매번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첫째,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아이들 안에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점 둘째,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아이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다가가야 한다는 점 셋째, 아이들을 통해 제가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점 등을 깨닫게 됩니다. 꼬마 철학자들 덕분에 한 뼘 더 자란 어른이 된 것 같아 즐거운 요즘입니다.
이지혜 |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책도 사랑합니다. 책을 통해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