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속 깊은 책 이야기
더불어 책 읽기
책 너머 세상 읽기
열린어린이 선정 이달의 좋은 책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서평

[이 달의 서평]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김혜곤 | 2018년 01월

‘혼자’라는 말이 그리 외롭게만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혼밥, 혼술 등 혼자하기 머쓱했던 일들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세상입니다. 하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더 좋겠지요. 몸과 마음이 아파 잔뜩 움츠러들 때 내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고 토닥여 주는 누군가의 말없는 위로가 세상을 살아갈 위안과 힘이 되어 주니까요.

『우리 손잡고 갈래?』에는 이런 마음을 전하는 네 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아픔을 지닌 아이의 시점에서, 또는 그 아픔을 지켜보는 친구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빠의 부도로 갑자기 산동네로 이사 간 것도 억울한데 날마다 술만 마시고 방황하는 아빠를 받아들이기 싫은 근호(「계단」), 엄마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점수에 매달려 살아가는 승호(「3할 3푼 3리」), 엄마의 부재를 견뎌내며 가슴앓이 하는 서준(「내일의 할 일」), 감추고 싶은 상처 때문에 위축되어 살아가는 지환이(「비밀번호」)까지 아이들의 아픔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버겁고 힘겹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 곁에는 다행히 먼저 손을 내미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근호에게는 존재감 없는 아이로만 알았던 나은이가 있습니다. 동주는 승재의 마음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날릴 기회를 준 구원 투수 같은 존재입니다. 늘 자신을 돌봐 주던 엄마의 부재로 힘들어하는 서준이는 누나와 고양이 때문에 이제부터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일들이 생겼습니다. 지환이에게는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라고 말하는 가족 없이 떠도는 친구 현택이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잡고 가자고 먼저 말을 걸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민 그 손을 덥석 잡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마음을 헤아리고 감싸 주려는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지고 그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할 때 비로소 손을 잡을 수 있지요. 네 편의 이야기에서 만나는 아이들 역시 그렇게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손을 잡으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어쩌면 근호보다 더 힘든 조건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나은이의 모습과, 초라한 자신의 일상을 다 내보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늘 한결같이 자신을 대하는 나은이의 행동을 보며 근호는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 공간을 넓혀 갑니다. 한참 걸어야 오를 수 있는 산동네 계단은 근호에게 이제는 도전이자 희망입니다. 야구광인 동주는 남과는 전혀 안 어울리고 공부만 하는 승재의 속내를 풀어 줄 방법을 찾아냅니다. 동주의 도움으로 승재는 마침내 자신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버겁고 힘든지 엄마에게 말할 용기를 냅니다. 열 번 중 세 번만 안타를 쳐 3할 3푼 3리라는 기록을 갖는 것도 꽤 성공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승재는 동주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 후 우연히 누나의 비밀을 알게 된 서준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환이는 비록 자신을 속였지만 마음을 열게 해 준 현택이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받아들입니다. 네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 주는 용기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정말 마음이 아픈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 그렇게 상대방에게 푸념도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몸을 똘똘 말고 점점 더 두텁게 마음의 벽을 쌓지요. 그런 친구를 만났을 때 정말 필요한 것은 힘을 내라는 말보다 “우리 손잡고 갈래?” 하며 슬며시 손을 내미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쳐 있는 친구를 위한 진심 어린 위로는 옆에서 함께 손잡고 천천히 걸어 주는 일이 아닐까요?

누구나 살다 보면 휘청거리는 상황과 마주합니다. 그럴 때 곁에 누군가 손을 잡아 주고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겠지요.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따스함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구나. 우리 함께 손잡고 갈까?’ 하는 작은 속삭임이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하고 마침내 세상을 향한 문을 활짝 열 용기도 생기게 합니다. 똑똑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우리 손잡고 갈래?”라고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보세요. 올해는 먼저 손을 내밀고 누군가가 내민 손도 주저하지 말고 잡아 보아요.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로 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라는 믿음을 갖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김혜곤 | (사)열린어린이문화학교 일을 맡고 있습니다.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