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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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사람에게 치유를 받으며

박고은 | 2018년 01월

2018년이 밝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7년이었지만 다시 오지 않음을 알기에 슬프기도 하고, 변화 속에 생겨난 희망 덕에 설레기도 합니다. 상황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복잡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슬픈 마음에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가 분노하기도 하고, 추억을 곱씹으며 기쁜 마음이 들었다가 순간 체념하며 마음이 얼어붙기도 하지요. 오늘 소개할 책의 아이들도 헤어짐을 겪고 있습니다. 두 아이들도 복잡한 감정을 지니고 이 시기를 견디고 있지요.

세연이의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행복했었습니다. 행복의 대부분은 소방관이었던 아빠 덕분이었지요. 아빠는 세연에게도 엄마에게도 힘을 주었고, 언제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연의 아빠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게 됩니다. 세연이는 슬픔에 빠져 일상생활이 힘들기만 한데, 엄마는 아빠의 죽음에 담담한 것 같아 화가 나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아빠의 첫 기일을 맞은 세연이네 집에 처음 보는 친척이 찾아왔습니다. 걱정이라고는 없어 보이고 당당하기만 한 한나와 그 엄마였습니다. 세연은 한나와 이모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한나 역시 세연에게 기죽지 않아 두 사람은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런 세연을 본 엄마는 세연에게 화를 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크게 싸우게 됩니다. 그래도 한나는 세연이 곁을 지키며 마음으로 위로와 이해를 해 주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됩니다.

행복하기만 한 줄 알았던 한나에게도 비밀은 있었습니다. 바로, 아빠의 폭력이었지요. 한나와 엄마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세연의 집으로 도망을 온 것이었습니다. 한나 아빠는 세연의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고, 그 일을 겪은 후 세연은 두 사람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두 아이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책을 보았을 때 『오로라 원정대』란 제목은 가정 폭력, 가족의 죽음이라는 주제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오로라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존재라 생각하여, 어두운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한나는 오로라를 보는 것을 꿈꾸며 스케치북 가득 오로라를 그립니다. 사실 한나가 그린 오로라는 자신과 엄마 몸에 새겨진 폭력의 결과를 옮겨 그린 것이었습니다. 한나에게 오로라는 아빠 폭력에 대한 증거이며 아빠에게 벗어나 닿고 싶은 이상의 곳이기도 했습니다. 작품에서 오로라가 뜻하는 바를 이해하니 그보다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한 명은 헤어짐에 힘들어하고, 한 명은 헤어지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며 치유해 갑니다. 두 사람의 상황을 잘 이야기 해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앞집에 사는 할머니와 한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지요. 세연은 아빠와 정이 든 만큼 맘속에서 그 사람을 덜어내기 힘들어하고 있고, 한나는 용기가 없어 헤어지지 못한다고 말해 주지요.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지만 잘 헤어지는 것도 힘들지요. 두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때로는 협력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도 받으며 잘 헤어지는 중입니다. 통속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치유 받은 것이지요.

살아갈수록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의 십자가를 지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십자가의 무게는 비교할 것 없이 모두에게 무겁지요, 이야기 속 세연처럼 마음을 꼭 닫고서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못하고 분노만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한나처럼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스케치북 가득 상처를 그리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이야기에서처럼 상처를 내보이고 좋은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고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만의 오로라를 찾아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힘조차 없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쉽진 않겠지만 새로운 해에는 혹시 누군가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소리 지르고 있지 않은지, 나의 십자가는 견딜 만한지 챙기며 살아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